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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는 고사리를 그냥 몸에 좋은 나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. 삶아서 볶으면 되는 거 아닌가, 그 이상은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. 그런데 생고사리에 발암 가능성이 거론되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, 아 내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. 굴도 게장도, 냉장고 보관도 마찬가지였고요. 오늘은 그 착각들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.
천연독소: 몸에 좋다는 나물이 독이 될 수 있는 이유
제가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. 고사리가 독초라니, 제사상에도 올라가고 비빔밥에도 들어가는 그 고사리가요. 그런데 알고 보니 영국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고사리를 사실상 위험 식물로 분류하고 경고 표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.
고사리에는 프타퀼로사이드(Ptaquiloside)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. 여기서 프타퀼로사이드란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관찰된 수용성 독소로, 생고사리를 다량 섭취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물질입니다. 중요한 건 이 성분이 수용성이라는 점인데, 물에 녹는 성질 덕분에 고사리를 충분히 데쳐서 그 물을 버리면 독성이 상당 부분 줄어듭니다. 우리 전통 조리법이 과학적으로 타당했던 셈입니다.
비슷한 원리가 원추리나물에도 적용됩니다. 원추리에는 콜히친(Colchicine)이라는 성분이 있는데, 이게 통풍 치료에 쓰이는 약 성분이기도 합니다. 쉽게 말해 약으로도 쓰이는 성분이 과량이면 독이 된다는 뜻입니다. 청경채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냥 기름에 볶아 먹으면 배탈을 넘어 심각한 복통과 설사로 응급실에 가는 경우도 생깁니다. 제 경험상 나물 요리를 할 때 데친 물을 버리는 습관이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는 걸, 이때 새삼 깨달았습니다.
토란은 또 다릅니다. 옥살산칼슘(Calcium Oxalate) 결정이 들어 있는데, 여기서 옥살산칼슘이란 날카로운 침 모양의 결정 구조로 점막을 직접 자극하는 물질입니다. 제대로 익히지 않은 토란을 먹으면 입안이 따끔따끔하고 찌르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. 물론 요즘엔 미리 처리된 제품도 나오지만, 직접 손질해서 쓸 때는 충분히 익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.
산에서 야생 버섯을 따다 먹고 응급실에 오는 사례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. 독버섯 일부에는 아마톡신(Amatoxin)이라는 독소가 들어 있습니다. 아마톡신은 섭취 직후보다 하루 이틀 뒤에 간을 무너뜨리는 특성이 있어 더 위험합니다. 처음엔 구토와 복통으로 시작해 잠시 호전된 것처럼 보이다가, 며칠 뒤 간부전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. 제가 생각하기엔 아무리 확신이 서도 야생에서 직접 채취한 버섯은 절대 먹지 않는 게 맞습니다. "나는 잘 안다"는 확신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신호인 경우가 많거든요.
- 고사리: 프타퀼로사이드 → 충분히 데쳐서 조리수 반드시 버리기
- 원추리: 콜히친 → 데친 물 버리고, 생으로 볶아 먹지 않기
- 토란: 옥살산칼슘 결정 → 충분히 가열하고 미처리 생토란 주의
- 야생 버섯: 아마톡신 → 전문가 확인 없이 채취 섭취 절대 금지
식중독과 음식알레르기,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릅니다
저는 한동안 두드러기가 나면 다 식중독이라고 생각했습니다. 그런데 알고 보니 두드러기와 호흡곤란을 동반하는 반응이 식중독이 아니라 아나필락시스(Anaphylaxis)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. 아나필락시스란 특정 음식이나 물질에 대한 면역계의 과민반응이 전신에 걸쳐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태로, 빠르면 수 분 내에 쇼크와 호흡 마비까지 진행할 수 있습니다.
우리나라에서 음식 알레르기 원인으로 자주 꼽히는 것은 계란, 우유, 견과류, 갑각류, 그리고 메밀입니다. 메밀은 외국에서는 덜 주목받지만 국내에서는 막국수나 냉면으로 접할 기회가 많아서 유독 조심해야 합니다. 제 경험상 처음 먹는 음식이나 오랫동안 안 먹다가 다시 먹는 음식에서 이런 반응이 터지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.
더 당혹스러운 건 음식 의존성 운동 유발 아나필락시스(Food-Dependent Exercise-Induced Anaphylaxis, FDEIA)라는 질환입니다. 여기서 FDEIA란 특정 음식을 먹은 뒤 운동이 더해질 때만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는 상태를 말합니다. 밀가루 음식을 먹고 몇 시간 뒤 버스를 놓쳐서 전력으로 뛰었다가 쓰러지는 상황이 가능하다는 건데, 이게 정말 진단이 어렵습니다. 평소엔 밀가루도 아무 문제 없이 먹으니까 설마 그게 원인일 거라고 생각을 못 하거든요.
굴과 등푸른생선 쪽에서는 히스타민(Histamine) 식중독도 알아두어야 합니다. 히스타민이란 세균이 생선 속 히스티딘 성분을 분해하면서 만들어지는 물질로, 한 번 생성되면 굽거나 끓여도 제거되지 않습니다. 얼굴이 붉어지고 두드러기가 올라와서 알레르기로 착각하기 쉽지만, 사실은 보관 불량에서 비롯된 식중독인 경우가 많습니다. 국내에서는 고등어·참치·꽁치 등 등푸른생선을 잡자마자 냉동 처리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(출처: 식품안전나라).
노로바이러스(Norovirus)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. 노로바이러스란 소량만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장관 바이러스로, 오염된 굴 한 점으로도 전파가 가능합니다. 굴은 바닷물을 여과하며 먹이를 섭취하는 구조라 오염된 해역에서 바이러스를 농축할 수 있습니다.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굴 등 어패류를 중심 온도 85℃ 이상에서 1분 이상 가열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(출처: 식품의약품안전처). 간장이나 양념에 절인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제거되는 건 아니라는 점, 저도 처음엔 막연히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.
히말라야나 네팔산 석청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. 진귀하고 비싸다고 알려진 그 꿀에는 그레이아노톡신(Grayanotoxin)이라는 성분이 녹아 있을 수 있습니다. 그레이아노톡신이란 진달래과 식물의 꽃에서 벌이 모은 독성 물질로, 심장 부정맥을 일으켜 쇼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. "비싸고 희귀하면 좋은 것"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경우입니다.
자주 묻는 질문
Q. 고사리를 데쳤으면 독성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가요?
A. 충분히 데치고 그 물을 버리는 과정이 독성 성분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건 맞습니다. 다만 "완전히 제거된다"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. 제가 생각하기엔 생고사리를 그대로 먹거나 데친 물을 요리에 재활용하는 건 피하는 게 합리적이고, 통상적인 방식으로 조리한 고사리나물 정도는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.
Q. 굴 게장은 익히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요? 원래 생으로 먹는 음식 아닌가요?
A. 게장과 생굴이 전통 음식이고 많은 분들이 즐겨 드시는 건 사실입니다. 다만 가열 과정 없이 섭취하는 만큼 노로바이러스나 장염균 감염 위험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. 건강한 성인은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회복하지만, 면역이 약한 분이나 어린이·고령자라면 가열 조리 제품을 선택하는 쪽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.
Q. 평소에 잘 먹던 음식인데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길 수도 있나요?
A. 네, 알레르기는 고정된 게 아니라 면역 상태에 따라 새롭게 생기거나 심해질 수 있습니다. 특히 진드기에 물린 뒤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적색육에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알파갈 증후군처럼, 외부 요인이 더해지면 이전엔 괜찮던 음식이 갑자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. 감기를 앓는 시기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평소보다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.
Q. 냉동 블루베리가 생 블루베리보다 항산화 효과가 여섯 배 높다는 게 사실인가요?
A. 정확하게는 항산화 물질의 총량이 여섯 배 증가하는 게 아니라, 냉동 과정에서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안토시아닌 같은 성분이 더 쉽게 추출된다는 의미입니다. 냉동 블루베리가 가격 대비 효율적인 선택인 건 분명하지만, "여섯 배 더 좋다"는 식의 단순 비교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.
결론
이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든 생각은 "익숙하다는 게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"였습니다. 고사리도, 굴도, 평소 먹던 음식도 조리법이나 보관 상태, 몸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, 그게 이번에 제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입니다.
물론 이 글에서 다룬 식품을 전부 먹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. 오히려 제대로 알고 먹으면 충분히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. 다만 나물은 반드시 데쳐서 조리수를 버리고, 등푸른생선은 신선도를 최우선으로 따지고, 음식을 먹은 뒤 두드러기와 호흡곤란이 함께 오면 지체하지 말고 119에 연락하는 것,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.